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ZUTOMAYO INTENSE IN SEOUL

·298 단어수·2 분
작성자
Violetdusk
A software engineer, social hermit(obviously)

즈토마요의 서울 공연을 보고 왔다.

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음악 취향이 하루아침에 천지개벽한 일이 딱 네 번 있었는데, 1기가 펑크 록의 옐로카드, 다음은 EDM의 스크릴렉스, 그 후 성인이 된 뒤로는 김사 월을 시작으로 한국 인디 포크/락만 주구장창 탐닉하다 뒤집힌 것이 바로 주토마요다. 요 덕에 JPOP에 엄청 깊게 빠져버린 탓에 요즘 내 스포티파 이는 제이팝에 점령당해 일제강점기가 되어 있다.

무튼, 그렇게 특별한 친구들이면서 또 음악도 공연도 미친 맥시멀리스트 로 유명하다 보니 즈토마요의 공연을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었고 여 차하면 일본까지 날아가서 볼 요량이었는데 때마침 내한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. 일본 공연만큼 수퍼 맥시멀한 빅밴드는 아니었지만, 그래도 브라 스까지 대동한 팝 공연을 보는 게 요즘 쉽게 접할 기회가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.

즈토마요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다 보니 장내는 어두운데다 연기 를 무지하게 뿌려대서 사람은 거의 실루엣만 보일 지경이었는데, 요걸 여 러 종류의 역광 연출과 두 명의 오픈릴 퍼포머가 무대를 지루하지 않게 채 워 주는 것이 인상깊었다. 처음에 저 카세트 흔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지?? 했는데 끝나고 생각해보니 저 두 명이 없었디면 참 허전했겠구나 했다.

라이브 자체도 무대 연출 만큼이나 재밌는 경험이었다. 정말 별의 별 톤을 다 쓰는데다 쨉쨉이 맛있게 한사발 말아주고 솔로 멋지게 한 다음 즉시 바 로 다음 마디에 바로 어쿠스틱으로 갈아타는 기타 형님이나, 왠만한 기타 리스트보다 큰 페달보드를 가진 베이스 형님은 <잔기> 같은 개빡세보이 는 곡들도 아주 시원시원하게 연주했다. 거의 묘기대행진을 보는 기분.

공연과 별개로 행사 운영에 관해서는 뭐..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진행요원분들이 청소년 수련회 교관 같은 톤이여서 신경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날도 더운데 고생하시는 거 보니 이해는 되었다.

이렇게 버킷리스트를 하나 해치웠으니, 꼭 보고싶은 일본 라이브는 리메, 폴카닷 스팅레이, 노멜론 노레몬 요렇게 세 팀 정도가 남게 되는 것 같은 데 얘네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에 올 일은 없어 보이니 열심히 공부하 고 돈 벌어서 가서 보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. 혹은, 그 전에 음악 일제 강점기를 끝낼 새로운 용사님이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일이고.

재밌었다!